일상과의 대화

어머니를 돌보다

BeneTTo's 2024. 10. 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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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이라는 짐, 어머니라는 짐이 떠났다. 슬프거나 어머니를 애도하지 않았다. 피로로 녹초가 되었다."
__린 틸먼, 《어머니를 돌보다》

소설가 린 틸먼은 뇌 질환을 앓은 어머니를 11년간 돌봤다. 혼자는 아니었다. 두 언니와 상주 간병인들, 때로는 간병인과 간호사, 물리치료사들에게 의지했다. “6살 때부터 어머니가 싫었”던 린 틸먼은 자식이 된 양심으로 어머니를 보살폈다. 사랑이 없지는 않았겠지만 늘 진심은 아니었다.

돌봄은 누군가의 대기조가 되어야 하는 일, 자유는 사라지고 책임은 늘어나는 영역의 일이었다. 의료쇼핑을 하다 무능한 의사를 만나기도 하고, 상주 간병인의 독특한 행동을 목격하기도 하고, “자기애 외의 사랑은 불가능”했던 어머니를 이해해 보려는 노력도 한다.

『어머니를 돌보다』를 읽는 내내 생각했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워딩이 나를 찔리게 만들었다. 표지에 박힌 여러 단어 중 나에게 훅 들어온 건 ‘양가감정’이었다. 저자는 “때로는 어머니를 돌보는 일에 대해 어느 정도 온화한 감정이 들었고, 때로는 절망과 분노를 느꼈다.”라고 고백한다. 짧든 길든 쇠약한 부모를 돌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문장을 쉬이 지나치긴 어렵다.

린 틸먼은 책을 여는 서문에 “돌봄 제공자들에게, 그 일을 유급으로 하는 사회, 무급으로 하는 사람 모두에게”라고 썼다. 여기에 나는 한 문장을 더하고 싶다. “부모에게 느끼는 양가감정으로 매일이 괴로운 사람들에게.”  
__엄지혜(@koejeje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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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기사는 돌베개 북:레터 〈행간과 여백〉 9월호(No. 3)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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